박형섭 교수의 평론 (한국어)

김옥숙 작가의 심미적 취향은 웅숭깊다. 그녀의 섬세한 붓의 터치에서 나오는 색과 선의 조합은 연금술에 가깝다. 거기에 빛이 스며들면서 절묘한 뉘앙스를 형성한다. 그녀는 빛이 형태에 작용하는 결과를 측정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빛의 강도는 곧바로 색계와 색조로 표상된다. 화면이 드러내는 전체적 인상은 작가의 감정인 셈이다. 그녀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미적 취향으로 승화된다. 그림은 작가의 영혼의 상태와 일치한다. 김작가의 그림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새 꽃과 풍경이 말을 걸어온다. 화가는 기존의 담론질서를 벗어나 자기의 방식으로 미의식을 표현한다. 그녀는 우주는 색의 총합이라고 인식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작가는 색조의 탐구가라고 할 수 있다. 유화와 수채화의 혼성기법은 그녀만의 독특한 색조와 감성을 창조한다. 완성된 꽃의 선과 색 사이로 꽃향기가 피어난다. 마치 꽃의 잔향이 후각을 미혹하듯 화폭의 이미지들이 심상(心象)으로 각인된다.

김작가가 선호하는 오브제는 꽃, , 곤충, 자연풍광 등이다. 특히 그녀가 묘사한 꽃들은 실물보다 더 사실적이다. 시인의 문체가 시인을 규정하듯, 화가의 기법은 화가 그 자신이다. 붓의 터치와 색의 덧칠, 소재의 선택과 배치 등 서로 다른 언어들이 하나의 완성미에 도달한다. 수국, 작약, 모란이 바람에 춤을 추고 향기를 뿜어낸다. 어느덧 대상과 마음은 혼연일체가 된다. 서정성이 지배하여 작가와 꽃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녀의 캔버스는 주로 한지다. 한지만이 가진 고유한 재질이 그녀의 친근한 조형미에 덧붙여진다. 꽃과 풍경은 지금 이곳의 행복을 의미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림에 몰입되어 있으면 나는 꽃이 되어 캔버스 위에 있다. 꽃을 그리지만 실은 나를 그린다.”

김작가는 전통 화선지를 겹쳐 만든 장지(壯紙) 위에 붓의 터치의 반복을 통해 꽃잎들이 피어나듯 전개한다. 그녀는 미와 세계를 어떻게 하나의 조형으로 재구성하는가에 몰두한다. 붓과 먹물의 번짐으로 생성된 선은 경계가 없다. 그것이 독특한 미적 여운을 남긴다. 자연의 숭고함이 담백한 색감으로 재현되는 듯하다. 화가의 내면의 울림이 색의 스펙트럼으로 옮겨진다. 서정시의 운율과도 같다. 그녀의 붓은 영혼과 지성을 필사한다. 다양한 색들은 상보적 기능을 한다. 그것들의 결합은 때로 연인의 사랑을 의미하고, 대조적인 색조는 마음의 떨림이나 감정의 흐름을 나타난다. 명암을 통해 사상이나 희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의 회화는 사실주의와 서정주의가 중첩되어 있다. 문학적 회화, 혹은 서술적 회화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보들레르 식(Baudelairien) 공감의 원리가 있다.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색으로 조용히 창작을 하면 자연도 이에 동의하며 따라오는 것이다. 색채는 스타일과 감정을 나타내는 시어(詩語)이다. 우리는 화폭을 통해 작가의 감성이 얼마나 풍부한가 알 수 있다. 예술은 인간이 직면하는 삶의 의미라든가 실존적 고뇌에 대해 결코 어떤 깨달음이나 해답을 주지 않는다. 창조의 유일한 근원은 내적 필연성이다. 예술은 삶을 보다 진솔하게 사유할 수 있는 통로이다. 김옥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이면에 내재한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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